
십자가에 못 박히신 만왕의 왕(요 19:14-22)
빌라도의 판결(요 19:14-16)
14 그 날은 유월절 준비일이고, 때는 낮 열두 시쯤이었다. 빌라도가 유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당신들의 왕이오."
15 그들이 외쳤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의 왕을 십자가에 못박으란 말이오?" 대제사장들이 대답하였다. "우리에게는 황제 폐하 밖에는 왕이 없습니다."
16 이리하여 이제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들은 예수를 넘겨받았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요 19:17-22)
17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이라 하는 데로 가셨다. 그 곳은 히브리 말로 골고다라고 하였다.
18 거기서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아서, 예수를 가운데로 하고, 좌우에 세웠다.
19 빌라도는 또한 명패도 써서, 십자가에 붙였다. 그 명패에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사람 예수' 라고 썼다.
20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은 도성에서 가까우므로, 많은 유대 사람이 이 명패를 읽었다. 그것은, 히브리 말과 로마 말과 그리스 말로 적혀 있었다.
21 유대 사람들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십시오" 하였으나,
22 빌라도는 "나는 쓸 것을 썼다" 하고 대답하였다.
<말씀묵상>
대제사장들이 황제에 대한 충성을 빌라도에게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수님의 십자가형 선고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의 체포 시간을 목요일 저녁 9~12시경이라 추정하면, 빌라도의 선고 시간은 금요일 낮 12시경이기에(14절, 제육시) 이 일은 불과 15시간 이내에 이루어진 즉결 재판인 셈입니다. 참된 왕을 외면한 대제사장들은 황제 외에는 왕이 없다고 외치며(15절) 로마에 대한 철저한 복종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권력자들의 악한 행동을 인류 구원을 위한 선한 역사로 바꾸십니다.
내 주변에서 바른 판단을 흔드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빌라도는 예수님에게서 아무런 죄를 찾지 못했지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유대인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거듭된 외침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주변의 강한 의견이나 다수의 주장이 개인의 판단을 흐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군중 심리는 필요에 따라 움직이며 진리와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제사장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권위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예수님을 죽이려 했으며 자신들의 신앙까지 부인했습니다. 빌라도 또한 진리나 공의보다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려 하고, 민란을 두려워하여 부당한 판결을 내립니다. 이기적인 동기가 바른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것입니다. 또한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주장이 사람들의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내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혐오스러운 십자가 형벌을 오롯이 감당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십자가형은 잔인한 사형 방법입니다. 이것은 페르시아인이 고안하고, 카르타고인이 발전시켰으며, 로마인이 완성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해골'이라는 뜻)로 오르십니다. 이때 십자가의 가로 기둥(파티불룸)을 지고 가셨을 것입니다. 골고다 언덕에는 세로 기둥(스티페스)이 준비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골고다에서 군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18절). 가로 기둥에 예수님의 양쪽 손목 윗부분을 못 박고, 발은 한 발 위에 다른 발을 올려놓고 못 박았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히브리와 로마와 헬라 말로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19절)이라고 쓴 패를 붙였을 것입니다. 희롱조의 패지만, 이는 예수님이 인류의 왕이심을 알리는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십자가를 똑바로 세웠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혐오와 저주의 상징인 십자가 죽음을 통해 죄 문제를 해결하시고 우리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셨습니다.
지금 내가 겪는 고난은 예수님의 고난에 비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도 고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고난이 인생의 일부이며 혼자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을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의 고난을 이해하시고 공감하신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억울함, 배신감,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예수님은 우리의 아픔을 아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단순히 고통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부활과 승천이라는 승리로 나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고난도 좌절이 아닌, 더욱 성숙하고 강해지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믿음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고난 속에서도 완전한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기도>
주님, 시기심에 눈멀어 하나님의 약속이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한 저를 용서하소서. 만왕의 왕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임을 선포합니다. 세상과 악이 이긴 것 같은 순간에도 하나님의 계획은 이루어지며, 하나님의 승리가 이미 저희에게 주어졌음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