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증오가 야기한 가문의 비극(삼하 13:15-29)
다말의 울부짖음(삼하 13:15-20)
15 그렇게 욕을 보이고 나니, 암논은 갑자기 다말이 몹시도 미워졌다. 이제 미워하는 마음이 기왕에 사랑하던 사랑보다 더하였다. 암논이 그에게, 당장 일어나 나가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16 그러자 다말이 암논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이제 나를 쫓아내시면, 이 악은 방금 나에게 저지른 악보다 더 큽니다." 그런데도 암논은 다말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17 오히려 자기의 시중을 드는 하인을 불러다가 명령하였다. "어서 이 여자를 내 앞에서 내쫓고, 대문을 닫고서 빗장을 질러라."
18 암논의 하인은 공주를 바깥으로 끌어내고, 대문을 닫고서, 빗장을 질렀다. 그 때에 다말은 소매에 색동으로 수를 놓은 긴 옷을 입고 있었다. 공주들은 시집가기 전에는 옷을 그렇게 입었다.
19 이제 다말은 머리에 재를 끼얹고, 입고 있는 색동 소매 긴 옷도 찢고,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로, 목을 놓아 울면서 떠나갔다.
20 다말의 오라버니 압살롬이 다말을 보고 물었다. "네 오라비 암논이 너를 건드렸지? 얘야, 암논도 네 오라비이니, 지금은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 말아라. 이 일로 너무 근심하지 말아라." 그리하여 다말은 그의 오라버니 압살롬의 집에서 처량하게 지냈다.
암논을 죽인 압살롬(삼하 13:21-29)
21 다윗 왕은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 몹시 분개하였다.
22 압살롬은 암논이 누이 다말에게 욕을 보인 일로 그가 미웠으므로, 암논에게 옳다거나 그르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23 두 해가 지난 어느 날, 압살롬은 에브라임 근처의 바알하솔에서 양털을 깎고 있었다. 이 때에 압살롬이 왕자들을 모두 초대하였다.
24 압살롬은 다윗 왕에게도 찾아가서 말하였다. "임금님, 제가 이번에 양털을 깎게 되었으니, 임금님도 신하들을 거느리시고, 이 아들과 함께 내려가셔서, 잔치에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5 왕이 압살롬에게 말하였다. "아니다, 내 아들아. 우리가 모두 따라가면, 너에게 짐이 될 터이니, 우리는 가지 않으마." 압살롬이 계속하여 간청을 하였지만, 왕은 함께 가고 싶지 않아서, 복을 빌어 주기만 하였다.
26 그러자 압살롬이 말하였다. "그러면 맏형 암논이라도 우리와 함께 가도록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암논이 너와 함께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
27 그래도 압살롬이 계속하여 왕에게 간청하니, 왕은 암논과 다른 왕자들이 모두 그와 함께 가도 좋다고 허락하였다.
28 압살롬은 이미 자기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암논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질 때를 잘 지켜 보아라. 그러다가 내가 너희에게 암논을 쳐죽이라고 하면, 너희는 겁내지 말고 그를 죽여라. 내가 너희에게 직접 명령하는 것이니, 책임은 내가 진다. 다만, 너희는 용감하게, 주저하지 말고 해치워라!"
29 마침내 압살롬의 부하들은 압살롬의 명령을 따라서, 하라는 그대로 암논에게 하였다. 그러자 다른 왕자들은 저마다 자기 노새를 타고 달아났다.
<말씀묵상>
울부짖는 다말에게 압살롬은 뭐라고 말했나요?
일시적 욕정은 결코 사랑이 아닙니다. 다말을 성폭행한 뒤 다말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린 암논은 그녀를 쫓아냅니다. 다말은 이런 무책임한 행동이 성폭행보다 더 악하다고 비난하지만, 암논은 듣지 않고 하인은 불러다가 다말을 내쫓고 문을 닫게 합니다. 다말은 채색옷을 찢고 손을 머리 위에 얹은 채 크게 울부짖습니다(19절). '울부짖다' 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자아크)는 고난에 빠진 사람이 하나님께 구원을 요청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압살롬은 '잠잠하라'며 침묵을 종용합니다(20절). 다말의 보호자로서 그가 다말을 위해 나서야 함에도 다윗의 눈치만 살핍니다. 암논의 성폭행 뒤, 다윗 가문에는 도덕적 해이함이 더 심각해집니다.
억울함으로 울부짖는 이는 누구며, 내가 도울 방법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억울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의지해야 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에 대한 상처와 회의로 사람들을 신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아시고 도우시는 우리의 피난처 이십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 우리의 마음을 아시고 도와주실 수 있는 하나님이 께시다는 것은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위로와 힘이 됩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혹시 나의 잘못이 없는지 돌아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하나님은 반드시 합당하게 심판하시기 때문에 절망하거나 낙심할 필요 없습니다.
암논의 범죄 행위를 안 후에 다윗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암논의 범죄를 들은 다윗이 진노합니다. 그러나 진노에 그칠 뿐입니다. 하나님을 대리하는 왕은 피해자 편에 서서 하나님 말씀으로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직면하고 책임지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윗은 마땅한 본문을 잊고 암논의 아버지로서 아들의 죄를 덮어 주는 편에 섭니다. 다윗은 아들을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는 다말의 오빠 압살롬에게 증오심을 일으키고, 집안에 피바람을 불러오는 어리석은 결정이 되고 맙니다. 2년 후 압살롬은 잔치를 기회 삼아 암논을 자신에게 보내 달라고 다윗에게 요청합니다. 다윗은 미심쩍어하면서도 그 청을 들어줍니다. 결국 다윗은 자기 손으로 다말을 암논에게 넘긴것처럼, 암논을 압살롬에게 넘겨 죽게 만듭니다.
가해자의 죄를 무턱대로 덮어 주고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인간들의 실수와 잘못을 하나님은 오히려 당신의 온전한 뜻을 실현하는 도구나 경로로 사용하십니다. 무엇보다 반드시 당신의 영광을 당신의 방식과 때에 드러내십니다. 그와 동시에 인간을 고치거나 벌할 것이 있다면, 그 반대로 정말 억울하게 당한 자 있다면 공정하고 세밀하게 바로 잡고 신원해 주십니다.광대하시고 완전하신 하나님의 궁극적인 섭리와 주권 안에서 모든 인생사가 이뤄지므로 그분이 계획하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잘못한 가해자들은 그 원인과 책임이 전적으로 자기에게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 진심으로 회개하고 그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피해자의 상처를 돌아보고 싸매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이 일을 계기로 하나님은 영영 떠나는 것이 더 큰 피해임을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죄를 바로 잡지 않고 덮어 두면 얼마나 참혹한 결과에 이르는지 깨닫습니다.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분노를 하나님 공의 앞에 내려놓고, 치유하시는 은혜 아래 엎드리게 하소서. 자녀가 죄를 깨닫고 회개하기까지 기도를 쉬지 않는 믿음의 부모가 되게 하소서.